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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쁜 날이라 그렇게 했다"...美경찰, 총기 난사 용의자 옹호 논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경찰관이 용의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체포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은 16일 체로키 카운티와 애틀랜타에 있는 스파와 마사지숍 3곳에서 총격을 가해 8명이 숨졌다. 이들 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며, 특히 4명은 한국계 여성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체로키 경찰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용의자에 대해 "총격 사건의 중대함을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용의자에게 사건 발생일이 "정말 나쁜 날이었다. 그래서 이런 일을 했다(yesterday was a really bad day for him and this is what he did)"고 설명했다. 총기 난사로 8명을 살해한 행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뉘앙스로 말한 이 발언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문제제기 했다. 그의 발언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면서 베이커 대변인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폄훼하는 문구를 적은 티셔츠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시안 증오범죄가 의심되는 사건 수사 경찰이 아시안 인종차별주의자임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체로키 경찰은 18일 서둘러 베이커 대변인을 수사에서 제외시켰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경찰이 롱을 살인 혐의와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했지만,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 혐의는 기소 대상에서 빠져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7일 브리핑에서 롱이 자신이 "성중독"이라면서 범행 동기가 '성산업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히면서 증오범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확정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용의자가 범행한 마사지숍과 스파들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들이었으며 당국의 단속망에도 올라있지 않았다고 애틀랜타 시장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성매매 업소라서 공격했다"는 롱의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증오범죄 혐의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유력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범행 당일 알려진 롱의 아시안 증오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게 만들었던 '중국 혐오 발언' 등과 관련된 페이스북 게시물은 계정 자체가 삭제되면서 현재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계정 삭제 전에 네티즌들에 의해 캡처된 글에 따르면, 롱은 "(중국이) 미국인 50만 명을 죽인 것은 21세기에 세계적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한 그들 계획의 일부일 뿐"이라며 "모든 미국인은 우리 시대 최대의 악인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증오범죄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탑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거의 3800건의 폭력, 폭언 등 다양한 형태의 인종적 괴롭힘 사건이 보고됐다. 특히 피해자들 중 여성이 68%로 남성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 공동 설립자인 신시아 최 씨는 18일 MSNBC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인종과 성별에 대해 말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인종적 증오범죄에 대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를 정치화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의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해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사진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는 미국 시민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31907180249004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