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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자식 내가 키우면 0원…미혼모 자살 권하는 사회"

"남편이 죽은 지 7개월 됐습니다. 아이는 33개월, 14개월 둘입니다. 남편이 갑자기 죽고 나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두 아이와 함께 살 방도를 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당하고 알았는데 제가 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저소득(월 148만 원)이라는 것을 증명을 해야 한 달에 13만 원을 지원해 주더라구요. 저소득이 안 되면 한 푼도 안 줍니다. 저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이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이 죽었고, 그나마 남긴 재산도 사업 빚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고, 소득이 0원이었는데, 아무도 저를 돌아봐주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면 입양가족에는 입양수수료 270만 원도 지원해주고, 매달 15만 원의 양육수당과 20만 원의 심리치료비, 의료비도 전액 지원해줍니다. 또 제 아이를 위탁 가정에 보내면 그 가정에는 월 67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입양가정이나 위탁가정의 지원은 소득에 상관없이 다 줍니다. 또 보육원에 보내면 아이 1명당 월 160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저는 그런 혜택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라에서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이 우선이고, 국내입양보다는 원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우선이라면 적어도 저같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들에게 위탁가정이나 보육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더 좋은 혜택을 줘서, 내가 아이를 안 버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남편이 죽고 나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자식 내가 키우면 정말 안 되는 건가, 나라가 정말 입양을 장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지만 저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양육지원도 못 받는 이런 사람들을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하던데, 사각지대라는 말은 정말 온화한 말이고, 그냥 죽으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충청도에서 저랑 비슷한 형편의 한 여성이 세살짜리 딸과 함께 집에서 자살을 했는데, 2개월 뒤에 발견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 등에 해주는 지원을 보면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지원을 안 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한부모 입장에서 정부의 마인드는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자식 네가 키우는 것은 난 몰라, 네 자식 네가 키우는데 정부가 왜 지원을 해줘야해? 그런데 네가 자식을 버리면 다른 가정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겠다.' 제 입장에서는 정말 이렇게 밖에 생각이 안 됩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싱글맘의 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다가 청중으로 온 김경옥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기사를 썼다. (정부에서 '한부모의 날'을 지정하기 전부터 당사자 단체들 중심으로 매년 5월 11일을 '싱글맘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가져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할 책임"이라면서 "비혼모의 양육 지원 정책 뿐만이 아니라 사회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5월 10일을 '한부모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매년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인데, '원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입양의 날' 전날을 '한부모의 날'로 정했다. 제 1회 한부모의 날 기념행사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과거와 달라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들이 마주한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해당 기사 전문 보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가 토론회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