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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근혜, 감옥서 시간 보내야 잘못 인정할 것"

[인터뷰] 심리학자 김태형 ① 구속 직전 박근혜, 어떤 마음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날인 30일 오후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을 만났다. 피의자 신분의 박 전 대통령을 편의상 '박근혜 씨'로 칭한다.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인 박근혜 씨는 시종일관 "내가 무슨 잘못이냐"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박 씨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일(3월 10일)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세 명이나 발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지지자들에게 사실상 '반대 시위'를 주문하며 '정치적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영장심사 과정에서도 박 씨는 "결백하다"고 직접 항변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박 씨의 언행은 어떤 심리 상태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구속된다면, 현재와 같은 완강한 태도를 접고 대통령 한 명 잘못 뽑았다가 고생한 국민들을 돌아볼 수 있을까?
 


최근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원더박스 펴냄)을 낸 김태형 소장은 그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  


"박 씨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가둔 사람이다. 개방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 세계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습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실과 괴리된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다. 예전에 히틀러도 그랬다." 


하지만 일부의 우려처럼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지 않게 봤다. 이미 2015년 4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박 씨를 '연산군'에 비유하며 "대통령 하기 싫은 대통령"이라는 분석을 내놨던 그는 박 씨가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처럼 강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내적인 에너지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 씨의 서울 강남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지지 시위를 하는 '5%'의 극렬 지지자들이 존재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30%에 달하는 이른바 보수의 '콘트리트 지지층'은 무너졌기 때문에 보수의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 중 '피의자 박근혜 씨' 관련 내용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0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도착했다. ⓒ공동취재단


프레시안 : 박근혜 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연산군 같다', '대통령 하기 싫은 사람이다' 등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분석을 충격적일 만큼 정확하게 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이후에도 올림머리에 집착하는 등 일반인의 정서와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다. 심지어 스스로는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피의자 박근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김태형 :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인간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박근혜 씨에게 별 기대가 되지 않는다.


박 씨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가둔 사람이다. 이런 태도가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방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 세계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습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현실과 괴리된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된다. 예전에 히틀러도 그랬다. 소련을 침공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었음에도 자기 세계에서 자기 정보를 믿었다. 사람마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심리가 있다. 특히 정신적인 문제가 심할수록 그런 심리가 훨씬 강하다.  


프레시안 : 혹자의 우려대로, 박근혜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김태형 : 극단적인 선택도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한다. 그러나 박근혜 씨는 그런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연산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려 달라'고 빌었다.(연산군은 1506년 훈구파가 일으킨 중종반정으로 폐왕이 돼 강화도로 쫓겨났다. 편집자) 


예를 들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자베르는 장발장 때문에 자신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뒤틀리자 강에 투신했다. 하지만, 박 씨는 그런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파면과 구속 등의 과정을 거쳐도 인식 상 인정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래, 내가 잘못했네. 알고 보니, 국민들이 나를 미워하는구나'라고 자각하는 것도 감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낸 후일 것이다.  

프레시안 :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후 박근혜 지지자들의 격렬 시위 과정에서 세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지지자들은 무효를 주장하며 자택 앞에 모여들고 있다. 이들의 심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태형 : 누군가를 향한 맹목적인 지지, 그 출발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공포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 이권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동정심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 박근혜 씨를 지지했든, 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부정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허무감을 견딜 수 없게 된다. 특히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 아닌가. 이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박근혜'라는 인물에 집착하며 모든 것을 바쳤는데,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순간 자기 부정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씨의 과오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박정희 신화가 끝났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극렬한 사람들 때문에 여전히 갈등 양상이다. 

김태형 : 박근혜 씨에 대한 지지, 약 5%정도인데 더는 확장성이 없다. 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면 확장성이 있어야 하고, 히틀러처럼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설득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다. 일명 친박세력 모두 시대착오적이다. 이미 사람들은 박 씨의 민낯을 봤다. 여기에 그를 대변하던 서석구·김평우 변호사의 말과 행동,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저급함 등을 봤기 때문에 보수진영과 선 긋기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주변에서 보수정권의 영구 집권을 우려했다. 그러나 박 씨가 파면당하고 새누리당이 공중 분해되는 것을 보면서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졌다. 따라서 보수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그동안 박근혜 씨 지지층을 지배한 주요 정서는 공포였다. 여기에 보수정권을 향한 자기 이익이나 지역 정서가 있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이런 정서가 깨졌다고는 하지만, 예를 들어 '강남 부자들'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표심은 어디로 움직일까?  

김태형 : 한국 사회의 부유층 일부가 박근혜 씨를 지지한 것은 자신의 계급을 대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는 지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분당에서의 손학규 당선, 성남에서의 이재명 연임 등을 보면 '강남 부자들'이라고 해도 체제 유지만을 무조건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극소수의 재벌과 정치관료처럼 자신의 이권을 챙기며 세상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분화할 것이다. 합리적 보수가 되든, 진보가 되든. 더이상 박근혜 지지자로 남지 않을 것이다. 


현재 박 씨의 자택을 에워싼 지지자들은 평생을 보수에 충성한 나이 들고 가난한 이들이다. 이를 책에서는 '심리적 유착'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이들은 영애 박근혜 시절부터 대통령 박근혜까지 정을 주고 기대했던 인물이다. 이와 거리를 두려면, '정을 줄 만큼 줬다'라는 인정과 '정을 줄 대상이 아니었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상당수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5% 지지층으로 남은 이들은 그 유착 관계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즉, 이 5%가 사멸하면 보수정권은 한국 사회에서 발붙이기 힘들 것이다. 보수의 재편이 필요한 이유다.

 

(이 기사는 이명선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